세비야 히랄다탑

세비야 대성당을 방문했다면 히랄다탑 등반은 필수 코스다. 높이 104미터의 이 탑은 원래 12세기 알모하드 왕조 시대에 지어진 미나렛이었다가, 기독교 정복 후 종탑으로 개조된 독특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세비야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탑 꼭대기까지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입장 전 티켓 검사
히랄다탑 등반은 대성당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지만, 탑에 들어가기 전에 별도로 티켓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안전상의 이유로 동시에 탑에 오를 수 있는 인원을 제한하고 있어서 이런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성수기에는 대기시간이 꽤 길어질 수 있다는 조언을 들었다.
탑 등반의 시작
드디어 히랄다탑 내부로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탑을 오르기 위한 첫 번째 구간에는 이미 몇 명의 관광객들이 등반을 시작하고 있었다.

히랄다탑의 독특한 점은 일반적인 나선 계단이 아니라 경사로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원래 말을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덕분에 계단보다는 상대적으로 오르기 수월했다.
25층, 중간 지점
탑을 오르다 보면 층별로 표시가 되어 있어서 현재 위치를 알 수 있다. 25층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이 차기 시작했다.

전체 34층 중 25층이니까 거의 3분의 2 지점에 도달한 셈이었다. 하지만 아직 꼭대기까지는 한참 남았다는 생각에 살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34층, 거의 다 왔다
드디어 34층에 도착했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34층부터는 확실히 바람이 더 강하게 느껴졌고, 탑의 흔들림도 약간 감지되었다. 800년이 넘은 건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처음에는 다소 무서웠다.
꼭대기의 종들
마침내 히랄다탑 꼭대기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대성당의 거대한 종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큰 종들이 여러 개 매달려 있었고, 관광객들이 그 크기에 감탄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 종들이 울릴 때 세비야 전체에 그 소리가 퍼진다고 생각하니 경이로웠다.
세비야 시내 전망
히랄다탑에서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바로 세비야 시내 전망이었다.


104미터 높이에서 내려다본 세비야는 정말 아름다웠다. 붉은 기와지붕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멀리 과달키비르 강도 보였다. 철망이 설치되어 있어서 사진 찍기에는 다소 불편했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세비야를 바라보며
탑 꼭대기에서 보내는 시간은 정말 특별했다.

철망 너머로 세비야를 바라보며 서 있는 시간이 정말 소중했다. 12세기부터 이 자리에서 세비야의 변화를 지켜본 히랄다탑의 관점에서 도시를 바라보니 새로운 감정이 들었다. 이슬람 시대부터 기독교 시대,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진 긴 역사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하산의 시작
아름다운 전망을 충분히 감상한 후 다시 내려가는 길에 나섰다.

올라갈 때는 설렘과 기대감으로 힘든 줄 몰랐는데, 내려갈 때는 오히려 다리가 후들거렸다. 경사로 구조라서 내려가는 것도 생각보다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성취감과 만족감이 가득했다.
800년 역사의 증인
히랄다탑 등반은 단순히 전망을 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이 탑은 세비야의 800년 역사를 온몸으로 증언하고 있는 살아있는 문화재였다.
12세기 알모하드 왕조가 세운 미나렛에서 시작해서, 기독교 정복 후 종탑으로 개조되고, 16세기 르네상스 양식의 상층부가 추가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슬람과 기독교, 그리고 르네상스 문화가 한 건물에 조화롭게 어우러진 독특한 건축물이다.
탑을 오르며 만난 각 층마다의 건축 양식 변화도 흥미로웠고, 꼭대기에서 바라본 세비야의 전경은 정말 잊을 수 없는 장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