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카가네르 똥 싸는 인형

바르셀로나 고딕 지구에서 츄러스를 먹고 나오다가 바로 옆에 특이한 가게를 발견했다. 입구에 똥을 싸고 있는 인형이 앉아있는 가게, Caganer.com이다. 카탈루냐의 독특한 크리스마스 전통 인형을 전문으로 파는 세계 최초의 매장이다.
가게 외관
Carrer dels Banys Nous 4번지, 츄레리아 바로 옆에 위치한 이 가게는 검은색 셔터에 “caganer.com”이라는 큰 간판이 붙어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가게 입구에 앉아있는 커다란 카가네르(Caganer) 인형이다. 빨간 모자를 쓰고 바지를 내린 채 똥을 싸고 있는 모습의 인형이 가게를 홍보하고 있었다.

이 가게는 2021년 4월에 오픈했으며, 카가네르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매장이다. 1992년부터 카가네르를 제작해온 가족 회사가 약 30년 만에 정식 매장을 연 것이다.
주소: Carrer dels Banys Nou s, 4, 08002 Barcelona (고딕 지구)
위치: 람블라스 거리, 산타 하우메 광장에서 도보 5분
카가네르란?
가까이 다가가서 인형을 자세히 봤다. 전통 카탈루냐 농부 복장에 빨간 바레티나(barretina) 모자를 쓰고, 바지를 내린 채 쪼그리고 앉아 똥을 싸는 모습이다.

카가네르(Caganer)는 카탈루냐어로 ‘똥 싸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17세기 말이나 18세기 초부터 시작된 카탈루냐의 크리스마스 전통 인형이다. 크리스마스 때 구유 장면(예수 탄생 장면) 한쪽 구석에 이 인형을 놓는 것이 전통이다. 예수, 마리아, 요셉, 목동들과 함께 똥 싸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이 전통의 의미는 비옥함과 행운이다. 옛날 농부들이 땅에 배설물을 뿌려 비료로 사용했던 것에서 유래했다. 똥으로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 다음 해에 좋은 수확을 기원한다는 의미다. 카탈루냐 역사학자 다니 코르티호(Dani Cortijo)에 따르면 “카탈루냐에서는 아무리 독실한 신자라도 구유 장면에 카가네르를 놓지 않으면 다음 해 행운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매장 내부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진열장 가득 수백 개의 카가네르 인형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통 농부 모양부터 시작해서 유명인들의 카가네르까지 정말 다양했다.


이 가게에는 530여 종류의 카가네르가 있다. 전통 카탈루냐 농부부터 축구선수(메시, 호날두), 정치인(트럼프, 오바마, 푸이그데몬트), 가수(샤키라, 로살리아), 영화 캐릭터(슈렉), 심지어 엘리자베스 여왕까지 모두 똥 싸는 모습으로 만들어져 있다. 메시는 역대 베스트셀러 중 하나라고 한다.
진열장을 보니 각 인형마다 특징이 잘 살아있었다. 축구선수는 유니폼을 입고, 정치인은 정장 차림에, 가수는 무대 의상을 입은 채 모두 바지를 내리고 똥을 싸고 있다. 황당하면서도 재미있고, 카탈루냐 사람들의 유머 감각이 느껴졌다.
원래 카가네르는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노점에서 팔렸지만, 이제는 관광객들에게 독특한 카탈루냐 기념품으로 인기가 많아서 연중 내내 판매하게 되었다. 가격은 인형 크기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10-20유로 정도다. 매장은 매일 영업하며, 직원들이 카가네르의 전통과 의미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마치며
Caganer.com은 처음엔 황당하지만 알고 보면 카탈루냐의 독특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곳이다. 바르셀로나에서 특별한 기념품을 찾는다면 이곳을 추천한다.